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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를 모르는 글로벌 에이전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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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한강, 그 뒤에는 포기를 모르는 글로벌 에이전트 바바라가 있다. 바바라 지트워(Barbara J Zitwer Agency)는 2016년 런던도서전에서 올해의 문예저작권 에이전트상을 수상하였다. 최근 서울국제도서전 세미나에 온 그녀는 포기를 모르는 글로벌 에이전트의 세계를 감동적으로 전달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창작된 지 11년이나 지난 것이다. 그녀의 지난 11년간의 긴 노력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글로벌 에이전트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뉴욕에서 에이전시를 하는 바바라는 한국 에이전트 이구용(KL Management)씨로부터 이 책을 소개받고 지속적으로 영미권에 홍보를 해왔다. 이러한 노력에 이어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에게 새로이 번역을 시도하여, 이미 몇 년 전 같은 작품을 거절한 영국의 출판사 포르토벨로(Portobello) 에서 마침내 출간을 하게 된 것이다. 바바라는 문학편집능력을 지닌 편집인 맥스 포터(Max Porter) 등을 동원하여 마침내 ‘채식주의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만남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지트워는 작품에 꼭 맞는 편집인을 찾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이나 불가사의하고 놀라운 일이라고 표현하였다. 예술의욕이 충만한 자를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전방위에서 돕는 에이전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에이전트들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를 변호사출신 번역가 김지영씨의 번역으로 세계에 소개하여 2011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대성과를 거둔 바 있다. 같은 에이전트들이 소개한 신경숙의 '엄마는 부탁해'는 2011년 5월 어머니날에 영어권국가에 동시출간되었으며 이미 2012년 '맨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여,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글로벌 에이전트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인하여 한강, 신경숙 외에도 2014년 런던도서전에 맞춰 출판된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은 영국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The Investigation)'은 인디펜던트 외국소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6년 8월 이탈리아에서 출간예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2011년 갑자기 모든 출판사가 한국 작가의 책을 한권 이상씩 출간하여, '한국 쓰나미'(‘Korean tsunami’, Vogue Italia, 2011.06.16)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하였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가 미국에 최초 소개된 2007년으로부터 10년이 지난 2017년에는 다양한 한국작가들이 영미권 주요출판사에 출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내년 3월 영국과 미국, 이탈리아 등 15개국에서 출판예정인 북한거주 작가 반디(필명)의 '고발(The Accusation)'은 조갑제닷컴에 연재된 것으로, 잡지 뉴요커에 축약본이 연재될 예정이다. 이탈리아에서도 Rizzoli(RCS Libri) 출판사가 판권을 사들이는 등 각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에이전트와 번역가는 한국 문학작품의 첫 번째 독자로서 감동받고, 작가들의 친구이자 보호자로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에이전트 바바라 지트워는 자신을 작가들의 ‘친구이자 보호자, 검투자’라고 하였다. 뉴욕에 에이전시 회사를 둔 지트워는 책의 저작권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뱀파이어 키스(1988, Vampire's Kiss,니콜라스 케이지 주연)'과 '프라이데이 니팅클럽(The Friday Night Knitting Club, 줄리아로버츠 주연)'을 제작 및 실행제작하였다. 지트워 본인의 소설 'The J.M. Barrie Ladies’ Swimming Society'또한 영화화권이 팔렸다.

한류 붐이 한창인 지금 우리 한국 문학의 힘은 국제적 문학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작가들이 다루는 삶과 죽음, 사랑, 고통, 전쟁 등의 깊이 있는 주제들이 전세계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주는 메세지와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진다는 것이다. 한국작가들의 작품이 지구반대편에서 사는 사람들이 읽고 문학적 공감을 느낀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심연의 깊은 고민이 지구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맞닿아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에이전트 마리아 가브리엘라 앰브로시오니(Maria Gabriella Ambrosioni Agency)는 물길을 따라 흘러오는 '병 속에 담긴 편지' 와 같이 한국문학이 감성과 문화를 자극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준다고 하였다.

문예에이전트는 저작자와 출판사를 연결하는 것이 본 업무이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임춘성 교수는 ‘매개하라’는 책에서 여러 매개자 유형을 정리하고 있다. 종속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아 대행하는 에이전트(Agent)나 미디어와 같이 정보선택과 소통을 돕는 매개서비스는 우리가 주로 생각하는 매개(Mediation)의 역할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도적으로 판을 만들고 키우는 역할도 중요한 매개서비스로 등장하고 있다. 각종 포털이나 SNS, 플랫폼서비스에서 보듯, 자원이나 인력의 동원력, 표준을 만들고 조정하는 능력, 또는 사람들을 직접 연결하거나 융합시키는 예술가적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Matchmaker, Combiner)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류의 붐 속에서 꼭 필요한 것이 글로벌 에이전트 인력이다. 섬세한 세부서비스를 제공하고 곳곳의 부족한 곳을 채우는 크고 작은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창작자와 같이 아주 대단한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작품을 알아보고 적극 소개하고 호소할 사람의 힘이 필요한 곳이 너무나 많다. 특히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융복합사회에서는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너무 어려운 서비스가 내게는 쉽고 분명한 일일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복잡한 협업과 아웃소싱관계에서 우리는 과거와 같은 갑을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다른 종류의 매개자가 될 수 있다.

 

* [참고자료]

글로벌출판시장에서의 세계문학, 그리고 한국문학, 2016 SIBF 국제출판전문세미나 자료집
​임춘성, 매개하라(Go-Between), 쌤앤파커스, 2015.09.21

“환상적인 한국 작가 많다”‘채식주의자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단독 인터뷰

한강 "출간 11년 후 수상, 기분 이상했다"

The Triumph of Han Kang and the Rise of Women’s Writing in Korea - The LARB Blog

Valentia Pigmei, 'Korean tsunami ',Vogue Italia, 20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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