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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컬럼] 배우 이진욱과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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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젤라 법학박사·​미국변호사] 

 

언론의 유명인에 대한 아니면 말고식 보도는 알 권리를 빙자한 무지막지한 폭력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힌다. 한국에서는 고소, 고발장이 접수되면 바로 언론보도를 통해 초상이 공개되면서, 기소(공소제기) 전 수사중인 피의자가 결과도 나오기 전에 이미 범죄자로 낙인된다. 각종 추측성 기사, 확인되지 않은 기사, 없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기사 등으로 인하여 피의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뿐 아니라, 편견으로 인해 사회에 설 곳을 잃는다.

 

형사법의 가장 기본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식 언론보도에 의해 여론재판을 받는 것이다. 알권리가 아닌 단순한 호기심으로 선동언론의 피해자들은 인격권,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를 겪어야 한다. 헌법제109조에 따라 재판은 공개되어야 하지만, 수사에 있어서는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

 

많은 부작용으로 인해 피의자 초상이나 정보공개의 시점은 체포, 수사, 영장발부 단계가 아니라 기소, 또는 1심 판결 선고가 적절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미국의 경우 법무부장관이 제정한 '형사 및 민사절차에 관계한 법무부직원의 자료공개기준(Kazenbach-Mitchell Guidelines)'에서는 피의자 신상의 공개기준이 자세히 나와있으며, 주검찰, 경찰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BBC, ABC, NHK 등 세계적인 방송사들은 범죄보도, 초상공개에 대한 보도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건의 진전이 없는 경우 다음날 같은 내용을 다시 보도할 것인지, 범인의 초상도 누적보도를 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24시간 동안의 방송으로 일반시청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강정호 사건을 다루는 미국언론은 국내 보도 경향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현지언론은 시카고트리뷴 기사 이후 후속기사나 추측성 기사가 많지 않고 차분했다. 피츠버그 구단(Pittsburgh Pirates)은 성폭행혐의로 조사를 받은 강정호를 평소처럼 출전시켜 홈런까지 치면서 활약을 하도록 배려하였다.

 

공인이라면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초상이 공개되도 괜찮은가?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공인이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하여 모든 사생활까지 밝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관해서는 재범방지, 예방 등의 공익과 훼손된 사인의 이익을 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최근 무고죄를 주장하고 있는 이진욱은 해당 사건으로 인하여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광고를 포함한 연예활동에 많은 손해를 입었다. 장기적으로 추정되는 손해액도 어마어마하다

 

국민의 알 권리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도 범죄사실 자체가 아닌 피의자 개인에 관한 것은 공공성이 없다고 구분하고 있다.(헌재 2014.3.27 2012헌마652)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보전달을 하는 언론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경쟁구도에서 시청률 등을 의식해, 알권리가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 경제, 문화적으로 발전한 한국이 성숙한 법치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피의자 초상공개, 정보공개에 있어 수사공개의 원칙과 기준이 뚜렷해야 하며, 언론보도에 있어서도 법 이전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억울한 피해와 법적 분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이번 추석 안방극장에 한효주, 이진욱이 출연한 영화 뷰티인사이드가 방송되었다. 여론에 가장 민감한 공중파에서 다시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으나, 이 정도로는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언론도 이제는 미국 언론 이상으로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억울한 무고로 인하여 한창 재능을 발휘할 배우들이 입는 커다란 타격은 단순히 개인적 손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사회적, 국가적 손실이기 때문이다.

 

 

* [관련링크]

기지개 켜는 이진욱, ‘유타 가는 길부산국제영화제 상영…‘굿바이 미스터블랙일본 방영 

'추석특선영화' 이진욱부터 김우빈, 이종석까지…'대세 배우들 모였네'

 

 

* [참고자료]

류종현, '실무관점에서 본 형사피의자의 초상공개', 세미나 지상중계'방송보도의 형사피의자 초상권 공개 이대로 좋은가'(2015.5.21-22), 방송기자저널 제195(2015.6.15), 방송기자클럽

대한변호사협회 토론회자료, 피의사실공표죄의 적용과 한계(2009.7.13), 인권과 정의, 2009.3

[기자수첩]알권리 넘어선 '성추문 과열보도'

'경찰 출석 무고 주장' 이진욱, 강정호에 적용된 '무죄추정의 원칙' 무너져

[특별기고]고발만 하면 바로 범죄자가 되는 사회 

[자유기고]피의자는 포토라인 앞에 서야 할 의무가 있는가, 2016.02.29

국민의 알 권리는 어떤 사건의 본질적 내용에 있지 피의자의 초상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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