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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연구소 0 992

유럽의 한 허름한 시골 이발소에 오랫동안 걸려있던 미술품 한 점이 2015년 최고 거장의 작품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준 적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이 늘 쳐다보면서도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몰랐던 것이다.  

 

표현의 방식에 의하여 분류하는 저작물 중 가장 시각적인 미술저작물은 다른 저작물과는 다르다. 저작물은 주로 저작자의 표현을 복제, 배포하여, 많은 복제물의 판매를 통해 저작권료를 얻게 된다. 어문저작물인 소설의 경우, 최초 표현물인 저자의 원고에 대해 출판권계약, 즉 저작권 중 복제권과 배포권 계약을 통하여 많은 양의 복제물, 도서출판물로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시각적인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미술저작물의 경우, 최초 표현물인 미술품 원작과 복제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미술품 원작은 출판물의 원고와 달리 그 원작의 소유에 많은 의미와 경제적 가치가 있게 되어,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김환기의 그림 ‘무제’가 홍콩옥션에서 45억 6000만원에 달하는 등, 한국 근현대작품이 국제미술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져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편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진품과 위작의 논란이 심각하다.  

 

고 천경자는 ‘미인도’에 이어 최근 ‘뉴델리’까지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 천경자 작가가 인도스케치 여행에서 그린 1979년 작 “뉴델리”의 도판이미지에서 “뉴” 서명의 모양과 개칠을 근거로 위작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미술저작자 천경자는 1991년 미인도에 대해 본인의 작품이 아니라 펄쩍 뛰었지만, 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서는 진품이라 하자, 작품활동을 중단하고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쓸쓸한 노후를 보냈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가질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은 위작으로 의심되는 작품 13점 모두가 진짜라 했지만, 검찰은 가짜로 보고 있다.  

 

진짜를 가짜라 하고, 가짜를 진짜라 하는 것은 어느 한 쪽이 시각적으로 착오를 일으킨 것인지, 아니면 알 수 없는 유통상의 이유 등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일까?  

 

미술시장 질서가 어지럽다. 법은 단순한 정의만이 아니라 질서에도 가치를 두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작가 스스로 진짜를 가리는 것이 제일 좋지만, 작가가 진위 증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남이 모르는 원작의 어느 부분에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숨은 “워터마크”가 있으면, 그 논란은 숨은 그림 찾기 정도로 해결될 수 있다. 

 

부동산의 경우 등기를 통해 정부가 해당 부동산이 진짜라고 증명해주게 된다. 거래할 때마다 그 주인의 이름을 소유자로 등기하고 거래마다 차액에 양도세를 낸다. 이처럼 등기된 물건에는 국가가 거래에 개입하여 세금을 받는다. 그러나 미술품은 부동산처럼 모두 등기할 수는 없다.  

 

저작권 등록과 등기는 다르다. 무등록주의인 우리나라에서는 등록을 통하여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한다. 따라서 미완성이라도 저작권이 발생되므로, 다른 사람의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이러한 무등록주의 법체계에서는 등록이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등기제도로 권리발생이나 권리보장이 어렵다. 즉, 미술품은 부동산과 달리, 경매시장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유통시장에 완벽하게 개입할 수가 없다.  

 

유통이력이 정착한 시장에서는 위작을 가리기가 다소 편리하나, 위작을 오직 유통의 역추적 만으로 가리기는 어렵다. 최근 위작논란이 되고 있는 천경자의 ”뉴델리”는 작품확인절차를 밟았고, 그 출처도 화백과 절친했던 이목화랑 대표가 소장한 작품으로 유통이 명확하다.  

 

미술저작자도 모르는 진품이 실제로 있을까? 진짜와 가짜에 대해 누가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감정에 의해 위작이라 하면 위작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점점 어려워지는 진품과 위작의 법적 논란은 미술계의 업무가 아니라 법조인의 업무가 될 수 밖에 없다. 

 

미술품은 단순한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그 위작 여부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무형재산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저작자의 사상, 철학, 감정 등이 녹아 들어 있는 저작권은 저작자의 총체적인 표현에 중심을 두어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예술혼을 망가뜨리는 것은 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서커스 광고포스터에 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1903년 Bleistein 판례에서 홈즈판사(Justice Oliver Wendell Holmes)는 아주 분명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법적 판단에만 훈련된 사람이 그림의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였다.  

 

“극단적으로 천재적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은 당대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야의 에칭이나 마네의 회화도 처음 선보였을 때는 대중에게 이해받을 때까지는 혐오스럽게 느껴지거나 저작권 보호의 대상인지 의심받을 수 있다. 한편 해당시기에 상업적이거나 대중적 취향을 가진 그림도 마찬가지로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저작권은 수준의 고저를 따지지 않는다. 여타 지적재산권법에 비해 저작권법상 창작성 판단기준이 굉장히 낮은 이유는 이처럼 예술세계가 법관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술품의 감정과 관련하여 변호사, 검사, 판사도 최고의 조심성과 판단력으로 이 진짜, 가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소임이 있다.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융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데에는 법조인들의 역할도 크다.

 

 

 

 

* 참고

짝퉁의 미학
미술품 유통업 인허가제 추진…공인감정제·거래이력제도 적극 검토
대작 조영남, 위작 천경자·이우환 등에 정부 '미술품 유통법' 논의 시끌
한국 미술 유통 아카이브, 온라인 미술콘텐츠 유통 (2006.05.10 한국미술품 유통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Bleistein v. Donaldson Lithographing Company, 188 U.S. 23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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