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yright TALK

화가 모딜리아니와 키슬링의 공동저작물

연구소 0 3,351

단순한 선의 긴 목을 가진 여인인물화로 잘 알려진 화가 모딜리아니(Amadeo Modigliani, 1884-1920)는 아몬드같은 눈동자에 인간의 내면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출신 모딜리아니에게는 프랑스 파리의 몽파르나스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키슬링(Moïse Kisling)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서로 영감을 주고받은 두 예술가의 친밀한 관계는 공동작업으로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1918 년 작품인 "모이즈 키슬링의 아틀리에( L'atelier de Moïse Kisling)"이다. 그림 속 여인의 얼굴조각상에는 모딜리니아니의 전형적인 선이 반영되어 있고, 파이프, 유화물감, 붓 등 정물에는 키슬링의 붓터치가 드러낸다.

 

모딜리아니와 키슬링처럼 두 명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저작권법상 "공동저작물"이라 한다.(제2조 21호) 이는 분리하여 이용할 수 있는 경우인 합저, 협저 등 결합저작물과는 구분된다.

​공동저작물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 법원은 연극 '친정엄마' 사건​에서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만들어내겠다'라는 저작자들의 '공동창작의사'가 있어야 하나,  '공동창작의 의사'란 "공동저작자가 되겠다"라는 의사가 아니라고 하였다. 

 

한편, 미국의 경우에는 최종작품을 공동저작물로 만들겠다는 당사자간 주관적 의사합의를 요구한다. 또한 공동저작자 당사자간 서로를 공동저작자로서의 객관적 의사합의가 있는지, 최종작품이 관객에게 공동적으로 어필하는지를 판단기준으로 하고 있다. 많은 공동저작자가 존재할 수 있는 영상저작물에 관한 판결에서 미국법원은 워너브라더스에서 제작한 '말콤 X'영화의 공동저작자는 단순히 기여를 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예술적 통제권을 가진 자여야 한다고 하였다. '예술적 통제권(Artistic control, master mind)'이라는 저작자 판단의 기준은 Burrow-Giles Lithographic Co. v. Sarony 판례에서 확립되었다.

  

최근 공동저작자에 관한 우리나라 판결은 백희나씨의 그림책 '구름빵' 사건으로, 법원은 사진작업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실제 담당한 백희나씨가 단독저작자이며, 그 과정 중 본촬영 작업에서 사진촬영을 담당한 한솔교육 직원은 창작에 대한 재량권 없이 작업에 보조자로 참여한 것이므로 공동저작자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공동저작자들은 '공동창작의 의사'를 가지고 모두 창작에 참여해야 하지만, 꼭 장소와 시간을 같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만화스토리작가와 만화가가 다른 장소, 시간에서 창작을 하더라도,'공동창작의 의사'를 가지고 각자 창작활동을 통해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만들어내면 공동저작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공동저작자 중 일부만 저작자로 표시되었더라도, 이처럼 공동저작물 창작에 기여했다면 공동저작자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공동창작의 의사' 없이 만화가가 만화스토리를 수정, 보완하는 경우, 공동저작물이 아니라 원저작물을 변형한 2차적 저작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만화 캔디캔디 일본판결) 우리나라 법원도 만화스토리작가 판결에서 당사들이 기여하는 정도나 작품 성질에 따라 그 저작물이 공동저작물이 될 수도 있고, 2차적 저작물이 될 수도 있다고 하였다. 

 

모딜리아니의 임종을 지킨 키슬링은 모딜리아니의 미완성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공동저작물은 맨 마지막으로 사망한 저작자의 사망으로부터 70년간 존속하기에(제39조 2항), 일반적으로 저작권을 공유하게 되는 것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모딜리아니와 키슬링이 공동으로 창작한 미술저작물은 따라서 모딜리아니의 사후 70년이 아닌 키슬링 사후 70년 동안 저작권의 보호를 받게될 것이다. 다양한 저자가 존재하는 영상저작물 등은 이처럼 공동저작물의 이용에 있어서 특히 주의해야 한다.

 

 

* 참고자료

 

나탈리 워너, "모딜리아니와 키슬링의 우정",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 한국일보 문화사업단, 202-205면 (이현걸, 2015) 

송영식·​이상정, 저작권법 강의, 세창출판사, 2015 

'구름빵' 저작권 소송, 백희나 작가 '단독저작자'로 인정

대법원 2014.12.11. 선고2012도16066 판결(연극 '친정엄마')

서울북부지법 2008.12.30 선고 2007가합5940 판결(만화스토리작가)

일본최고재판소 2001.10.25. 판결, 平成12(受)798)(일본 만화 캔디캔디)

Almuhammed v. Lee, 202 F.3d 1227 (9th cir. 2000) ('말콤 X'영화)

Burrow-Giles Lithographic Co. v. Sarony, 111 U.S. 53 (1884) (작가 오스카와일드의 사진)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NEWSLETTER